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골몰합니다
혁신적인 아이템, 뛰어난 기술력, 화려한 기능. 많은 창업자들이 제품 그 자체에 온 힘을 쏟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품은 완벽해 보이는데 허무하게 사라지는 스타트업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왜일까요? 그 중심에는 바로 '고객'이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고객을 누구로 정하느냐가 때로는 만드는 제품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스타트업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자원도, 시간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단 한 사람의 고객을 신중하고 집요하게 찾아내야 합니다.
Jelly의 서비스가 실패한 이유
트위터 공동창업자 비즈 스톤이 만든 Jelly라는 스타트업이 있었습니다. 질문을 올리고 사람들이 답해주는 SNS 플랫폼이었습니다. 외형은 완벽했습니다. 디자인도 좋고, 기능도 잘 짜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객 설정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 꼭 필요한지, 어떤 문제를 해결해 주는지 모호했습니다. 결국 Jelly는 많은 사람에게 '보였지만', 아무에게도 '필요하지 않았던' 서비스가 되어버렸습니다.
"모든 사람이 고객이면, 누구도 고객이 아닙니다." 이 말이 그 사례를 정확히 설명해 줍니다.
고객은 좁을수록 이해의 밀도가 깊어집니다
"이 제품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제품입니다. 우리의 시장은 엄청나게 크지요." 이 말만큼 창업가에게 위험한 말이 또 있을까요? 타깃을 넓히면 시장도 커지고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목표 고객을 좁힐수록 제품은 날카로워지고, 메시지는 분명해지며, 고객의 반응은 폭발적으로 강해집니다.
스타트업은 제한된 자원으로 싸워야 합니다. 애매한 타깃 설정은 모든 것을 흐릿하게 만들 뿐입니다. 너무 좁으면 고객을 찾지 못할까 두렵고, 너무 넓으면 누구의 마음도 사로잡지 못할까 불안해집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적정한 범위의 명확한 고객'입니다.
"몇 살이고, 어떤 문제를 겪고 있으며, 어떤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인가?"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을 때, 제품은 비로소 날카로운 무기가 됩니다.
페이스북과 마켓컬리의 시작도 좁은 고객부터였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을 떠올려보겠습니다. 그들의 시작은 '모든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극도로 한정된 '하버드 대학교 학생'이었습니다. 하버드라는 작고 명확한 진영을 완벽하게 점령한 후,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미국 전체 대학으로, 그리고 전 세계로 확장했습니다.
만약 마크 저커버그가 처음부터 "전 세계인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겠다고 나섰다면, 페이스북은 지금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페이스북의 초기 전략은 '모든 사람'이 아닌, '하버드 학생'이라는 초집중 타깃에서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시장 전체가 아닌 '핵심 고객'을 정확히 겨냥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국내의 마켓컬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모든 사람'을 목표로 삼지 않았습니다. 첫 고객은 훨씬 구체적이었습니다. 바로 '강남 지역에 거주하며, 아이의 먹거리에 민감하고, 품질만 보장된다면 기꺼이 돈을 더 낼 의향이 있는 워킹맘'이었습니다.
이처럼 작지만 반응이 빠른 고객을 찾아 그들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주자, 이들의 열광적인 반응과 입소문이 마켓컬리의 성장 엔진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시장 전체가 아닌, 가장 열정적으로 반응할 '첫 고객'을 정확히 겨냥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손님 vs 고객
'고객'이라는 말을 너무나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단어의 진짜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드문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객을 '높을 고(高)'자를 써서 '높은 손님(高客)'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고객의 진짜 한자는 '돌아볼 고(顧)'에 '손님 객(客)'을 쓴 '顧客'입니다. 바로 '다시 돌아와 우리를 바라보는 손님'이라는 뜻입니다.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세 번이나 그의 초가집을 돌아보았던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고(顧)'와 같은 글자입니다.
한 번 스쳐 지나가는 관계가 아니라, 다시 돌아와 의견을 나누고 관계를 맺는 존재, 그것이 진정한 '고객'입니다.
스타벅스는 어떻게 손님을 고객으로 만들었나
길을 가다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셨다면, 그 사람은 스타벅스의 '손님'입니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 왜 이 매장에 왔는지, 내일 또 올 것인지 스타벅스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스타벅스 앱을 설치하고, 이름으로 카드를 등록하고, 별(Star)을 모으기 시작했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손님이 아닌 '고객'이 됩니다. 스타벅스는 어떤 음료를 즐겨 마시는지, 주로 언제 방문하는지 데이터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사람만을 위한 쿠폰을 보내며 말을 겁니다. 이제 스타벅스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브랜드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파트너가 된 것입니다.
스타트업의 진짜 사업은 이렇게 '손님'을 '고객'으로 만드는 데서 시작됩니다. 손님을 고객으로 전환하려면 그들의 데이터를 쌓고 분석하여 다시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들이 왜 우리 제품을 샀는지, 무엇을 불편해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주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 정보와 관계 속에서 진짜 사업이 탄생합니다.
고객 vs 시장: 허상이 아닌 실체를 좇아야 합니다
창업을 준비하며 우리는 끊임없이 '시장'의 크기를 묻습니다. "이 시장, 10조 원 규모래!",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데!"
이런 숫자를 보면 왠지 모를 든든함과 자신감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것은 거대한 착각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시장' 이야기이지, '고객'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창업가들이 시장의 크기를 보며 그 안에 수많은 고객이 존재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시장은 그저 배경일 뿐, 실제로 우리 제품을 간절히 원하고, 돈을 낼 준비가 되어 있으며, 자신의 문제를 명확히 자각하고 있는 고객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1.2억 달러를 투자받은 '주시로'는 왜 실패했나
실리콘밸리에서 1억 2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받았던 스타트업 '주시로(Juicero)'의 사례는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그들은 '건강과 웰니스'라는 거대한 시장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와이파이가 탑재된 400달러짜리 스마트 주스 머신을 만들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열광했지만, 정작 제품이 출시되자 아무도 사지 않았습니다. 왜였을까요? 그들은 '시장'만 보고 '고객'은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건강한 주스를 간편하게 마시고 싶어 한다"는 거대한 시장의 명제에만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고객이, 기존 믹서기 대신 400달러나 내고, 전용 주스 팩만 사용해야 하는 이 기계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가?"라는 진짜 고객의 문제에는 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주시로는 거대한 시장 속에서 단 한 명의 진짜 고객도 찾지 못하고 실패했습니다. 창업의 출발점은 숫자가 적힌 보고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을 명확히 찾아내고, 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 스타트업은 시장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사업개발자의 고객 정의 3단계 질문
1단계. 손님과 고객을 명확히 구분하기
'손님'은 한 번 스쳐가는 존재이고, '고객'은 반복적으로 관계를 맺는 존재입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손님을 고객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먼저, 손님과 고객을 구분하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내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 번만 경험하고 떠날 사람은 누구인지, 그리고 반복적으로 돌아올 사람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을지 리텐션 설계를 고민해야 합니다.
2단계. 목표 고객을 시장이 아닌 특정한 사람으로 정의하기
시장(전체 규모, 잠재력)과 실제 고객(구체적 페르소나, 문제의식 보유자)을 구분해야 합니다. 시장 데이터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당장 내 제품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을 정의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그려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이 사람은 몇 살이고, 어디에 살며,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어떤 대안을 쓰고 있는지를 적어봐야 합니다.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다면, 아직 고객을 정의하지 못한 것입니다.
3단계. 첫 고객(Beachhead)을 선정하고 집중하기
페이스북, 마켓컬리 사례처럼 '가장 열정적으로 반응할 소수의 첫 고객'을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이들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이후 점진적 확장 전략을 세웁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하게 반응할 고객 집단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 집단을 명확히 설정한 뒤, 초기에는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제품을 제공하고 피드백을 받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세 가지 질문을 순차적으로 적용하면서, 각 단계에서 얻은 답을 바탕으로 실행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내가 정의한 고객은 지금 어떤 문제를 겪고 있으며, 왜 지금 이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면, 출시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무엇을 만들까’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서 시작한다. 손님이 아니라, 되돌아올 고객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고객 설계에서 시작해야 한다.
브런치 작가 jaha Kim 님의 동의 하에 [Startup Codex 22]콘텐츠를 활용하여 제작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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