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지금 당장 사야 할 이유', 즉 필수성(Essentiality)을 느끼지 못하면, 그 제품은 그저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 뿐, '반드시 팔리는 상품'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제품은 고객에게 비타민과 같은 존재입니까, 아니면 진통제와 같은 존재입니까? 비타민은 건강에 좋지만, 오늘 당장 먹지 않아도 큰일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통이 극심할 때, 진통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반드시 팔리는 상품은 고객의 극심한 고통을 해결해 주는 단 하나의 진통제와 같습니다.
고객은 '좋은 제품(Nice-to-have)' 목록을 구경하지만, 정작 돈을 내는 것은 '없으면 안 되는 제품(Must-have)'입니다. 우리의 역할은 또 하나의 좋은 비타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가장 아픈 곳을 위한 유일한 진통제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살 수도 있는 상품 vs 사야만 하는 상품

우리가 만든 상품이 비타민인지, 진통제인지에 따라 사업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Might Buy Product(비타민)는 고객이 구매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 결정은 여러 조건(가격, 대체재, 필요성)에 따라 쉽게 지연되거나 무산됩니다. 이 상품이 팔리려면 "지금 사세요!"라고 외치는 마케팅의 목소리가 커야만 합니다.
Must Buy Product(진통제)는 고객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요의 문제입니다. 사야만 하고, 안 사면 고통이 지속됩니다. 이 상품은 마케팅 비용이 적더라도, 구조 안에 '필수성'이 설계되어 있어 고객이 먼저 찾아옵니다.
스타트업은 광고 예산으로 밀어붙이는 'Might Buy' 전략보다, 고객 문제에 깊이 파고들어 'Must Buy'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합니다.
심리학으로 본 필수성
인간은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에 2배 더 민감합니다
왜 우리는 비타민 구매는 미루면서, 진통제는 즉시 구매할까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이 그 답을 제시합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으로, 인간은 무언가를 얻는 기쁨보다 가진 것을 잃는 고통을 약 2배 더 크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비타민'은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이득(Gain)'을 제안합니다. 매력적이지만, 구매를 미뤄도 당장 무언가를 잃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진통제'는 현재 겪고 있는 '손실(Loss)', 즉 건강과 시간을 잃고 있는 상태를 멈춰줍니다. 손실 회피 본능이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고객은 '나중에'가 아닌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결국, '반드시 팔리는 상품'을 설계하는 것은 우리의 해결책을 막연한 이득이 아닌, 명백한 손실을 막아주는 시급한 과제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반드시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5가지 설계법
그렇다면 어떤 상품이 고객에게 '없으면 안 되는 것'으로 느껴질까요? 이 '필수성'은 두통을 멈추는 진통제처럼, 명백한 '고통'을 해결해 줄 때 가장 강력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강력한 또 다른 필수성이 있습니다. 바로 주변의 모든 사람이 사용함으로써 그것이 '사회적 표준'이 되었을 때, 나만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느끼는 '소외감'이나 '뒤처지는 불안감'입니다. "다들 쓰는데 나만 안 쓰면 이상한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상품은 또 다른 형태의 필수품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기능적 고통의 해결이든 사회적 소외감의 해소든, 이 필수성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상품 그 자체의 '존재 이유'가 고객의 인식 안에 치밀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첫째, 명확한 고객 정의입니다. "이것은 모두를 위한 제품입니다"라는 말 대신, "이것은 A라는 문제를 겪는 B그룹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자각된 문제입니다.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고객의 일상 속에서 실제로 불편함, 불안감, 결핍 등 구체적인 '고통'으로 느껴지고 있어야 합니다.
셋째, 대표 해결책으로의 포지셔닝입니다. 고객이 그 고통의 순간에, 수많은 대안을 비교하기 전에 "아, 그거!"하며 우리 상품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인식 속에 각인되어야 합니다.
넷째, 거부할 수 없는 구매 이유입니다. 기능, 감성, 사회적 가치 등을 통해 고객이 "이걸 이 가격에 사지 않는 것이 손해다"라고 느끼도록, 구매를 스스로 정당화할 명분을 제공해야 합니다.
다섯째, 반복·습관 사용 구조입니다. 한 번의 구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일상이나 업무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이거 없으면 안 되겠다"는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이 다섯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제품은 단순한 기능의 집합을 넘어 고객의 인식 속에 '없으면 안 되는 것'으로 각인됩니다.
토스는 어떻게 금융 앱이 아닌 송금 진통제가 되었나

토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시장에는 이미 수많은 은행 앱들이 있었습니다. 만약 토스가 "더 많은 기능을 가진 편리한 금융 앱(비타민)"으로 시장에 진입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토스는 단 하나의, 그러나 매우 극심한 고통(Pain Point)에 집중했습니다. 바로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가 필요한 지긋지긋한 계좌이체'였습니다. 당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토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송금 진통제'로 스스로를 명확히 포지셔닝했습니다. 그들의 메시지는 "모든 금융을 담았습니다"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귀찮은 공인인증서 없이 쉽고 빠르게 송금하세요"라는 단 하나의 메시지였습니다.
토스는 '금융 앱'이라는 거대 시장이 아닌, '간편 송금'이라는 매우 좁고 명확한 카테고리의 대표 해결책이 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가장 아픈 문제 하나를 완벽하게 해결하자, 고객들은 토스를 '없으면 안 되는 앱'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는 금융 슈퍼앱으로 성장하는 단단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포지셔닝 전략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어떻게 특정 문제의 '대표 해결책', 즉 진통제가 될 수 있을까요? 해답은 시장을 좁히는 것에 있습니다.
1단계. 통증이 가장 심한 환자를 찾아야 합니다
모두의 얕은 가려움이 아닌, 소수의 극심한 통증에 집중해야 합니다. "출산 6개월 이내 엄마만을 위한 영양관리 음료"처럼, 사용자 맥락이 좁고 명확할수록 우리의 해결책은 더욱 절실해집니다.
2단계. 유일한 처방전으로 포지셔닝해야 합니다
"이 문제만큼은 우리가 제일 잘 풉니다"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야 합니다. 기능보다 결과를 중심으로, "먹고 나면 속 편해지는 유일한 선택"처럼 고객의 머릿속에 문제와 우리를 1:1로 연결시켜야 합니다.
3단계. 복용법을 명확히 각인시켜야 합니다
고객이 언제, 어디서 우리 제품을 떠올려야 하는지 명확한 장면을 제시해야 합니다. "아침 출근길엔 무조건 OOO", "식사 후엔 OOO가 기본"처럼, 반복되는 고객의 삶 속에 우리 제품을 끼워 넣어야 합니다.
광고가 많은 제품이 아니라, 가장 명확한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품이 시장을 점령합니다. 예산이 없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좁은 시장, 명확한 문제, 선명한 메시지는 자본보다 더 날카로운 무기입니다.
[브런치 작가 jaha Kim 님의 동의 하에 [Startup Codex 22]콘텐츠를 활용하여 제작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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